맑은 강물이 되라 | 변재원 | 2009-02-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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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승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제자는 울고 있었습니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 있는 스승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스승님은 이제 떠나고 계신데, 저는 아직도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큰 강과 같아서, 그 시작과 끝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스승, 항상 물길을 맑게 고집하던 사람. 제자의 혼이 잠잘 때, 그를 항상 지켜보아 주고, 제자가 그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되어 주고, 시원한 바람이 되어 주고, 맑고 고운 가을 하늘이 되어 주곤 하시던 그 스승. 그 스승이 죽음을 맞고 있었습니다. 제자는 그 사실은 자기 자신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제, 그 스승이 떠나고 나면, 누가 그를 싱싱한 강물로, 시원한 바람으로, 맑고 고운 하늘로 인도하여 줄 것인가? 누가, 그 큰 강물과 같이, 수려한 물살로 그를 흥건하게 적셔 줄 것인가? 스승은 감았던 눈을 떠서, 측은한 눈길로 제자를 바라보더니, 마지막 말을 남기셨습니다. 울지 말라. 내가 너를 깨닫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네가 곧 맑은 강물이 되라. 또 다른 영혼이 곤히 잠잘 때, 네가 그를 지키는 등대가 되어주고, 그가 목말라 할 때, 네가 싱싱한 강물이 되어 주고, 그가 답답하여 괴로워 할 때, 네가 시원한 바람이 되어 주라. 그리고 그의 웃음소리가 강물 끝에서 들려오면, 출렁이는 물살에 너의 기쁨을 밝게 비춰주는 가을 하늘이 되도록 하여라. 어찌 네가 이렇듯 울고만 있느냐? 어찌 네가 허허로운 가을 하늘만 한탄하고만 있느냐? -맑은 혼으로 꿈꾸기 중에서, 이정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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